푹푹 찐다. 너구리는 갔는데 더위까진 몰고 가지 않았나 보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인데도 몸이 늘어진다. 에어컨 바람이라도 좀 마음껏 쐬면 나으련만, 회사가 중앙 냉‧난방 관리 방식이기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다. 에어컨 바람이 바로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직장동료가 부러울 뿐이다. 내일이면 초복이라는데 말복 뒤인 여름휴가까지 어떻게 버틸지 고민이다.

그러던 중 며칠간이나마 열기를 식힐 좋은 수단이 생겼다. 바로 ‘선풍기’다. 단돈 몇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흔한 선풍기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번에 접한 선풍기는 좀 다르다. 다이슨(Dyson)의 이른바 ‘날개 없는 선풍기’가 손에 들어온 것. 그것도 사무실에서 쓰기 좋게 탁상용 제품인 ‘다이슨쿨 AM06’이 책상 옆에 놓이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날개 없는 선풍기를 직접 쐬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잠깐 만져본 적은 있어도 하루 반나절씩 곁에 틀어놓은 적은 없었다. 이 녀석 한 대 값이면 일반 선풍기 10대는 살 수 있다는 점 또한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 며칠간 다이슨쿨 AM06으로 더위를 식히며 성능을 살펴봤다.

◆ 깔끔한 외모와 단순한 기능. 조작은 리모컨으로

다이슨쿨 AM06을 쥐었을 때 처음 관심이 쏠린 부분은 다름 아닌 ‘무게’다. 체험한 제품은 높이 50cm에 넓이 30.6cm, 지름 30cm짜리 탁상용 선풍기로, 색깔 탓인지 무거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가벼운 무게가 인상 깊었다. 설명서에 쓰여 있는 정확한 무게는 1.76k. 가뿐히 들어 올려 원하는 위치에 사뿐히 내려놓을 무게다.

생김새는 참 단순하다. 짤막한 원통에 동그란 고리가 붙어있는 것이 전부다. 색상은 종류에 따라 검은색‧은색, 검은색‧파란색, 흰색 등 3종으로 나뉘어 취항을 타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외모는 보는 사람 대부분 마음 들 것 같다. 값어치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움은 지녔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기능은 좋게 말해 갖출 것만 갖췄다. 값만 생각하면 혹시 참신한 기능이 들어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바람세기 조절, 좌우 회전, 꺼짐 예약 등 3개 기능만 지녔을 뿐이다. 그래도 바람세기를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약풍이나 강풍, 기껏해야 자연풍이 전부인 선풍기보다 좋아 보인다. 꺼짐 예약 역시 15분부터 8시간까지 꽤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 조작은 모두 리모컨을 통해 이뤄진다. 본체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전원 켜고 끄기가 전부다. 리모컨은 제품 고리 위쪽에 올려놓기 좋도록 곡면 형태며 자석으로 달라붙기 때문에 보관하기에는 수월해 보인다. 그래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고민이 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욕심을 부려 제품이 넘어지면 자동으로 꺼지는 센서도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 내세울 장점은 자연스러운 바람과 안전성, 작은 소음

이제 자세한 성능을 훑어보자. 제품을 작동하면 동그란 고리에서 바람이 솔솔 뿜어 나온다. 여느 선풍기 바람과 큰 차이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무엇인가 더 부드러운 듯한 바람이다. 이것이 다이슨이 강조하는 ‘일반 선풍기 바람과 다른 자연스러운 바람’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먼저 다이슨쿨 AM06의 작동 원리를 짚고 넘어가야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제품에 날개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형 고리 가장자리 틈에서 새어나오는 실제 바람은 원통 스탠드 속에서 만들어진다. 간단히 설명하면 스탠드 속 DC모터(브러시가 없는 직류모터)가 돌아가며 아래쪽 흡입구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위쪽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이 공기가 원형 고리의 1.8mm에 불과한 틈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리가 그저 바람만 내보내는 통로인 것은 아니다. 다이슨의 설명대로라면 이 고리의 단면은 비행기의 날개처럼 공기가 빠르게 통과하도록 설계된 덕에 부압을 발생, 공기를 고속으로 분사하며 이 바람은 주변 공기까지 끌어들여 함께 뿜어져 나오게 된다. 뻥 뚫린 고리 형태로 된 이유 또한 뒤쪽 공기까지 유입 받기 좋기 위함이다. 설명대로라면 이러한 구조로 바람량이 15배가량 증폭된다.

다이슨은 이러한 기술이 2가지 관점에서 일반 선풍기보다 좋다고 말한다. 첫째는 당연히 안전성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구매한 소비자의 반응을 훑어보면 ‘아이’ 때문에 구매하는 일이 많다. 일반 선풍기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 아이를 봤을 때 철렁한 심정이 지갑을 열게 했다는 식이다. 다이슨쿨 AM06은 아예 날개가 없으니 안전하다.

둘째는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다이슨은 일반 선풍기의 날개는 공기 흐름을 단절시켜 부자연스러운 바람을 발생시킨다고 말한다. 선풍기에 대고 “아~” 소리를 냈을 때 끊기며 들리는 것이 한 예다. 다이슨쿨 AM06은 바람을 정면에서 쐬며 말을 해도 말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이 밖에도 뽐내는 장점은 줄어든 소음이다. 다이슨은 이번 제품이 전작보다 75%가량 더 조용하다고 말한다. 공기 흐름을 개선해 제품의 떨림을 줄이고 모터 소음을 개선한 등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서 실체 체감은 어느 정도냐는 것이겠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사무실 안에선 바람세기 5단계까지가 적정 수준으로 보인다.

확실히 다이슨쿨 AM06의 소음은 작다. 바람세기 1단계로 놓으면 회사 안에서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다. 3단계쯤부터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5단계 정도부터 눈치 보일 소음이 발생하는데 이 역시 부담스럽지는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 위 단계, 예컨대 10단계까지 올리면 소음도 매우 커져 만약 회사 같은 공간이라면 주변인에게 민폐겠다.

이는 이용자마다 원하는 바람세기 대비 소음으로 비교했을 때 평가가 갈릴 일이지만, 합격점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4~5단계 정도면 시원함도 어느 정도 느끼며 눈총 살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잠잘 때 틀어놓고 싶다면 1~2단계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선풍기의 약풍이나 강풍보다 소음이 작게 들린다.

◆ 성능, 전력소비효율은 발군… 값은 글쎄

정리해보자. 확실히 다이슨쿨 AM06은 탐나는 제품이다. 일단 겉모습이 일반 선풍기보다 멋지며 바람세기 조절이 다양하니 딱 원하는 만큼의 바람을 소음 수준과 비교해 틀어놓을 수 있다. 아마 아이가 있는 가정집이라면 날개가 없는 안전성에서 좋은 점수를 줄 것이다.

전력소비효율도 칭찬할 부분이다. 다이슨의 자료대로라면 AM06의 소비전력은 26W다. 전작인 AM01보다 40%가량 전기를 덜 먹도록 개선했다는데, 보통 선풍기의 소비전력을 50W 정도로 짐작하니 온종일 틀어놔도 전기요금 걱정은 없어 보인다.

결국 부딪히는 문제는 값이다. 현재 다이슨쿨 AM06은 인터넷 최저가로 4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탁상용 제품이 아닌 AM07, 08 등을 구매한다고 치면 20만 원가량 더 얹어줘야 한다. 그나마 처음 출시됐던 때보단 값이 내려간 수준이 이 가격대다. 어떤 기술이 적용됐든 ‘선풍기가 벽걸이 에어컨 뺨치네’라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이슨쿨 AM06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정확한 목적을 띌 것 같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있거나, 날개가 없는 멋진 외형에 감탄하거나 등으로 말이다. 음, 가운데 구멍이 나있다보니 선풍기를 정면에서 쐬며 TV를 보고 싶은 이도 구미가 당길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지갑이 좀 두둑해야 살만한 제품임은 변함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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