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불을 끄지 않았다. 채 1분이 걸리지 않지만,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귀찮게 느껴진다. 침대에 누워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할 필요 없다. 필립스에서 내놓은 스마트 전구 ‘휴(Hue)’를 쓰면 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전구를 끄고, 켤 수 있으며, 다양한 색상을 적용할 수도 있다. 어떤 제품인지 가볍게 살펴봤다.

LED 조명

필립스 휴의 스마트한 기능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기본이 되는 전구로써 성능을 알아보자. 휴 전구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백열 전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백열 전구를 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방식으로 수명이 길지 못하고 전력 소모도 높은 편이다. 전력의 약 10%만 빛으로 전환하기에 형광등, LED 등과 비교해 에너지 낭비가 제일 심하다. 많은 환경단체와 국가에서 사용을 지양하고 있으며, 한국도 2014년 1월부터 150W 이하의 전구는 생산 및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가정에서 백열 전구는 현관문이나 화장실에 주로 쓰이며, 보통 40W와 60W가 대부분이다.

휴 전구는 LED를 쓴다. LED는 낮은 전력 소모와 긴 수명이 장점이다. 필립스 휴의 경우 최대 밝기에서 9W가 쓰이며, 수명은 최대 1만 5000시간이나 된다. 하루 8시간씩 사용해도 5년을 버틴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백열 전구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문제는 가격. 전구 3개가 포함된 휴 킷의 가격은 27만 9000원. 휴 램프 하나는 7만 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필립스 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휴 램프를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브릿지’가 필요한데, 이는 휴 킷에만 포함되어 있다. 27만 9000원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전구 3개 쓰자고 투입해야 하는 비용치고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전구 3개와 브릿지가 포함된 휴 킷
전구 3개와 브릿지가 포함된 휴 킷

설치

휴 램프는 E26 전구베이스면 어디나 쓸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내에서는 백열 전구 자리라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가정에서는 형광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에 다소 제약이 생긴다. E26 소켓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화장실이나 현관문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가정에서는 휴 램프를 메인 전등을 쓸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일 터.

필립스 휴를 단순히 전구로 활용한다면, 굳이 이 제품을 살 이유는 없다. 시중에는 비슷한 효율의 LED 램프가 판매된다. 가격도 휴 램프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필립스 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 기기에서 필립스 휴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브릿지다. 휴 킷을 구매하면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하나의 브릿지에는 50개의 휴 램프를 연결할 수 있다. 브릿지 설치는 간단하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전원을 꼽으면 끝. 스마트 기기에서 명령을 내리면 인터넷을 통해 브릿지로 전달되고, 브릿지는 휴 램프에 명령을 내린다. 신호는 지그비(Zigbee)를 쓴다.

지그비가 다소 생소할 수 있을 텐데, 10~20m 내외의 근거리 통신과 유비쿼터스 컴퓨티을 위한 기술이다.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는 대신 소량의 정보를 전달해준다. 휴 킷에 포함된 전구는 브릿지에 이미 등록이 되어 있어, 브릿지를 켜면 바로 전구를 제어할 수 있다. 추가로 전구를 구매한다면, 전용 앱에서 전구의 시리얼 넘버를 등록하면 된다.

제어

휴 램프의 제어는 스마트 기기에 전용 앱만 설치하면 된다. 끄고 켜는 것은 기본, 1600만 개의 다양한 색상까지 연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동일 네트워크상에서는 별도의 설정 없이 앱에서 바로 제어가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집안의 휴 램프를 제어하고 싶다면 휴 웹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계정에 브릿지를 등록한 후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휴 램프를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가 아닌 PC에서도 끄고 켤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동일 네트워크에서는 명령을 내리면 재깍 반응을 보이지만, 외부에서는 명령과 수행 사이에서 수 초간의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가끔 명령이 먹히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가정 내의 전구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꽤 매력적이다.

휴 램프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전용 앱
휴 램프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전용 앱

1600만가지 색상을 마음껏 쓸 수 있다
1600만가지 색상을 마음껏 쓸 수 있다

활용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가장 기본적은 것은 필립스에서 제공하는 전용 앱의 사용이다. 휴 램프를 끄고 켜는 것뿐만 아니라 1600만 가지의 색상을 활용해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원하는 색상으로 만들고 싶다면, 해당 이미지를 불러와 적용할 수 있다.

필립스 휴를 지원하는 써드파티 앱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이미 SDK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개발자는 필립스 휴를 제어하는 기능을 자신의 앱에 넣을 수 있다. 필립스 휴가 추천하는 앱으로는 ‘ambify’가 있다. 이 앱은 뮤직플레이어로 음악에 맞춰 조명의 색상과 조도를 연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가정에서도 클럽 못지않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주 가량 필립스 휴를 쓰면서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이런 앱이 아닌 ‘IFTTT’다. IFTTT는 두 가지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재미난 기능을 제공하는 곳이다. 본인은 3가지 설정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먼저 집 근처에 도착하면, 휴 램프가 자동으로 켜진다. 이는 스마트폰의 GPS를 활용한 방법이다. 매번 어두컴컴한 집에 들어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는데, 집 근처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현관문 쪽 불이 켜져 더는 스위치를 찾느라 더듬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특정 구역을 설정해, 그 구역 안에 스마트폰이 들어오면 휴 램프가 켜지게 된다
특정 구역을 설정해, 그 구역 안에 스마트폰이 들어오면 휴 램프가 켜지게 된다

두 번째는 새벽 2시가 되면 모든 전구가 소등된다. 자주 불을 켠 놓은 채 잠이 들곤 한다. 그러다 보니 밤에 불을 껴고 자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을 꺼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벽 2시만 되면 자동 소등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집에서 멀어지면 모든 전구가 자동으로 소등되게끔 해놓았다. 이 또한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한다. 이 기능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상하게 화장실 불을 잘 켜놓고 다닌다. 저녁에 퇴근할 때 집 근처에 오면 화장실 불이 켜져 있는 걸 자주 목격하곤 했다. 그래서 화장실 또한 휴 램프로 변경하고, 집에서 멀어지면 모든 휴 램프가 소등하게 끔 설정했다.

이외에도 IFTTT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조합해 필립스 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IFTTT만 잘 활용해도 필립스 휴를 한층 스마트하게 쓸 수 있다.

가치

앞에서 언급했듯이 필립스 휴를 쓰기 위해선 휴 킷을 구매해야 하는데,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과연 그 돈을 들여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사실 써보기 전만 해도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2주가량 써보고 나니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 남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상생활에서 전등을 끄고 켜는 단순한 일을 자주 하게 되는데, 필립스 휴를 쓴 이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냥 알아서 켜지고 꺼지니 현재로선 이보다 더 전구를 스마트하게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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