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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부터 예술작품까지 '중고의 아름다운 변신'

발행일시 : 2010-11-05 10:30

PC 값이 많이 싸지면서 교체 주기도 짧아졌다. 이에따라 버림받는 PC도 늘었다. 신참에게 자리를 뺏긴 고참은 대부분 쓰레기통이나 고물상으로 향했지만 요즘은 목적지가 달라졌다. ‘쓰레기’ 취급받던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폐품재활용으로 환경도 살리고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이웃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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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PC 모음터 한국컴퓨터재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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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MB 메모리, 버벅대는 그래픽카드, 불량 ODD, 타버린 전원공급장치 등 ‘이런 건 못 써’라고 생각되는 부품이라도 한국컴퓨터재생센터에서는 귀빈이다. 센터는 지난해 쓸모없다고 버려진 3만여 대의 PC를 모아 2만5000대를 재생했고, 이중 3000여대는 정보소외계층에게 전달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헌 PC가 새 생명을 얻는지 남양주의 한국컴퓨터재생센터를 샅샅이 살폈다.

1단계. 어떤 걸 모으는 걸까?

한국컴퓨터재생센터는 재생 PC를 만든다. 고장난 물건이나 오래되어 쓰지 못하는 것, 상관없이 PC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한다. 2008년 12월, 자원 순환측면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PC를 기부하는 기업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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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들 묶음 앞에 익숙한 기업이름이 붙어있다. 업체들이 노후 장비를 교체하면서 보낸 것들이다. 요즘은 펜티엄 4 제품이 많이 들어온다. 신형 PC에 견주면 부족하지만 몇 군데 손보면 쓸 만한 물건들이다.

물품 기부가 영수증 처리가 되면서 기부 업체가 더 많아졌다. 기부만 기다리는 건 아니다. 관공서 같은데서 장비를 교체하면서 경매에 붙이는 노후 장비를 매입하기도 하고, 일반인이 버리는 PC를 사기도 한다.

프린터와 복사기도 보인다. 꼭 PC가 아니더라도 못 쓰는 전자제품은 모두 받는다. ‘설마 이런 것도 받을까’ 하는 것도 모두 환영이다. 만약 센터에서 재생하지 못하는 부품이라면 분류해서 관련 공장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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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로 오는 제품은 PC본체, 노트북, 모니터 순으로 많다. 모니터는 액정이 깨지거나 이상이 생겨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량도 적고 재활용이 쉽지 않다. 멀쩡한 모니터는 공공기관 에서 쓰던 물건과 정부가 오락실 같은 곳에서 압수한 것 정도다. 예전에 많이 쓰던 CRT 모니터는 많이 들어오지만 수출도 되지 않아 활용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2단계. 재생과정 살펴보기

‘청소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고PC를 들여온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시 활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멀쩡한 부품은 추려내 PC 업그레이드에 이용하고, 아예 쓸 수 없는 것들은 폐자원으로 모아 활용가능한 성분만 추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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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센터로 들어오면 일단 모니터에 연결해 이상 여부를 검수한다. 해상도를 바꿔도 이상이 없는지, 부팅 속도, 각 제품 기능을 하나씩 체크해 검수 보고서를 만든다. PC 조립이 끝난 뒤 마지막 상태 점검도 여기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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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한두 개가 아닌 만큼 하드디스크는 모아서 한꺼번에 포맷한다. 데이터는 영구 삭제가 기본이다. 담긴 내용이 지워지지 않으면 불량으로 분류한다. 부품 중에서는 하드디스크 불량이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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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협약을 맺어 저렴하게 윈도우 XP와 마이크로오피스 2003 정품을 얹는다. PC를 기증하는 업체나 사람이 드라이버 CD를 보관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야 한다. 패드 없이 광마우스를 이용하면 커서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모르고, 재생제품 탓으로 돌리는 소비자가 종종 있어서 선물로 마우스 패드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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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가 끝난 PC는 조립해서 기증할 제품과 판매용으로 분류한다. 관공서나 기업에서 보낸 것은 대부분 기증한다. 전원공급장치나 ODD 등 한두 군데 불량인 것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맞는 부품이 들어오면 조립해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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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전후에 청소를 하는데, 성능 문제는 먼지제거만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케이블 같은 부자재는 환경오염방지를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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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장나고 낡은 부품이라도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한 뒤 재생할 수 없는 부품은 따로 모아 금이나 구리 등 원자재를 추출한다.

3단계. 재생 PC는 어디로 가나?

대부분의 중고 PC는 간단한 사무나 인터넷용으로는 손색이 없다. 새 생명을 얻은 재생 PC 중 일부는 형편이 어려운 정보화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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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PC는 주문을 받아 해외에 수출하기도 하고 국내 취약계층에게 보내기도 한다. 마침 콩고에 PC 950대 보내는 마무리작업이 한창이었다. 중고 PC업체는 여럿이지만 많은 수량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여기뿐이라 대량생산 주문도 많다는 것이 센터측의 설명이다. 기업체에서 기부받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PC는 메모리를 512MB를 1GB로 늘리고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로 바꿔다는 등 업그레이드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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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나 일반 소비자가 쓰던 물건을 직접 사서 만든 제품은 자체 중고 PC브랜드인 ‘칩칩’을 붙여 판매한다. 펜티엄 4급 중고 PC가 10만 원대 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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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이동매장을 찾아갔다. 차에 여러가지 재생 제품을 실어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건을 팔고, PC 상태를 봐주기도 한다. 센터 홍보도 하고 헌 PC를 받기도 한다.

PC 살리고 사람 살리는 기업을 꿈꾼다 / 구자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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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PC렌탈 사업을 하며 중고 PC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하려고 장비를 구축할 때 다른 업체로부터는 ‘미쳤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돈을 많이 들여 시설을 갖췄다. 설비는 만족스러웠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봤자 중고 PC’라는 선입견에 중고를 찾는 사람도 드물었다.

하지만 IMF가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자원 순환으로 환경지킴이 역할을 한다며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후 센터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이 되었고, 올해 그는 사업보다 관련 강연과 세미나에 더 바빴다.

그는 “매해 300만 대 이상 PC가 버려지고 있으나 그 중 약 10%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되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센터가 많이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PC를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더 많은 PC를 재생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사회취약 계층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이 목표다.

■현수막 가방 들어보셨나요? 터치포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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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2번 000’ ‘문화센터 개강’ ‘목격자를 찾습니다’ 등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막. 우리가 쉽게 보고 지나치는 현수막은 길면 한 달 짧게는 하루만 붙어 있다가 버려진다. 태우면 대기오염, 묻으면 땅을 오염시키는 현수막이 다양한 가방으로 변신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가 아닌 ‘아름다운 재생’을 강조하는 터치포굿의 작품이다.

이런걸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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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포굿은 현수막을 직접 수거하지 않는다. 수거해서 ‘처리’하는 업체가 아니라 ‘재생’ 업체기 때문이다. 선거철에는 후보자들 현수막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유세철이 지나면 당선감사 현수막이 또 붙으니 재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러다 환갑된다’

사무실 한편이 현수막으로 가득 차있다. 공연 홍보, 운동선수 응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외에도 광고판이나 자전거 바퀴, 키보드 단추 등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으고 있다. ‘이러다가 환갑된다’라는 사명은 허세가 아니다.

반짝반짝 눈부시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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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밖에서 사람을 맞이했던 현수막과 광고 현판들은 온갖 먼지와 손때가 묻어있다. ‘영희야 좋아해’ ‘철수바보’ 등 사람들의 흔적도 남아있다. 더러워진 현수막과 광고판은 친환경 세제를 이용해 깨끗이 만든다.

특정당과 연예인 이름 잘라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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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을 보면 특정당이나 연예인 이름같이 그냥 내보낼 수 없는 것도 있다. 하나의 현수막을 그냥 틀에 맞춰 가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구들을 잘라내고 색과 모양을 고려해 디자인하고 재단한다. 최대한 예쁘게 만들면서 자투리를 남기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드디어 가방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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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따라 샘플을 제작하는 중이다. 생김새, 크기, 이음새 등이 모두 완벽하면 재봉단계로 넘긴다. 현수막 하나로 가방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우주에 단 하나뿐인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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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현수막을 쓸모없다 했는지. 숄더백, 토트백, 백팩, 카드지갑, 노트북 주머니 등 다양한 제품으로 다시 탄생했다. 특이한 색감과 모두 다른 디자인 덕에 ‘특이하고 예뻐서’ 눈길을 줬는데 알고 보니 재활용이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준단다. 터치포굿 제품에는 업사이클링(더 나은 쓰임을 만드는 똑똑한 재생을 뜻하는 말)이란 로고가 달려있다.

환경도 보호하고 사랑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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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금의 5%는 어린이 아토피환자를 위해 쓰고 있고, 환경보호에 관심을 높이기 위한 ‘T4G’놀이도 진행 중이다. 폐현수막으로 가방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지난 월드컵 때 전국적으로 걸린 수많은 현수막과 광고판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방 월드컵을 치렀다.

즐겁게 망하는 것이 목표 / 홍보담당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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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대 청년 3명이 모여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이 새롭다.

A. 당시 환경단체에서 일을 했던 친구, 사회복지를 공부한 친구, NGO에서 일을 했고 손재주가 좋은 친구들이 각자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더해보니 ‘그 많은 현수막을 가방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는 생각에 이르렀다. 실험삼아 만든 가방이 공모전에 당선되어 그 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Q.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A. 사업 초기에 주변 지인들이 ‘삽질포굿’이라고 불렀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부터 ‘남는 것도 없는데 뭐하는 거냐’ 등 쓴소리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좋은 일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버려지는 자원이 많다는 말이라 그 소리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Q.일의 보람과 스트레스?

A.길에서 마구 걸린 현수막, 광고판을 보고 ‘터치포굿이 멋지게 업사이클링하겠지’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쁘다.

반면 ‘재료비가 들지 않으니 사업하기 쉽겠다’ ‘재활용 제품인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좀 속상하다. 저마다 다른 재료 특성상 기계 작업이 불가능해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일이라 쉽지만은 않다.

Q.이 사업으로 기대하는 것?

A.게시 기간이 끝난 현수막과 광고판은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서울시에서 한 달에만 50톤 이상의 불법 현수막이 나오고 거의 버려진다. ‘너무 많이 쓰니까 쓰지마라, 만들지마라’고 훈계하기보다 버리기만 했던 것들이 멋지게 거듭난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길 바란다.

Q.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일단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 살리기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환경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할 생각이다. 앞으로 우리가 발전하기보다는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사라져 재료로 쓸 것이 없어 즐겁게 망하는 것이 목표다.

■예술소품을 버리지 말자, 정크아트 공모전 엿보기

정크(junk)는 폐품이나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뜻하는 말로, 이를 활용한 작품을 정크아트라고 한다. 작품의 예술성보다 폐기물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원 재활용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벌써 5번째 ‘대한민국 자원순환 정크아트 공모전’이 열리고 있다. 매해 환경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과 참신한 발상이 담긴 작품으로 점점 대중에게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에게 쓰레기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작품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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