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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책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

발행일시 : 2010-02-05 17:01

어지간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쪽으로 가면 좋으련만, 늘 반복되는 실수와 무관심, 그리고 무지가 뒤섞이는 것을 보자니 답답하다. 국내 e북, 즉 전자책 시장 이야기다. 지난 해 7월 즈음 인터파크가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을 때 주식 시장은 환호했다.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미국에서의 아마존 킨들의 승승장구 소식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예 전자책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앞질렀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이른바 `전자책 테마`가 주식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27일 인터파크는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하고 전자책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인터파크는 일찌감치 LG를 파트너로 삼고 LGT의 3G 통신망 서비스까지 사용하도록 한다는 계획과 함께 LG이노텍을 단말기 공급사로 낙점했다. 인터파크는 올해 30만대에서 시작해 2012년 까지 100만대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

설명회 현장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여러 경로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파크 전자책의 모양새를 미리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카페와 블로거들도 설명회에 참석한 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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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책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2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와이파이(무선랜)를 탑재한 전자책 기기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아마도 메모리가 좀 더 크고, 한글과컴퓨터와의 제휴를 통해 확보된 오피스 파일 및 HWP 파일 호환 정도가 기능상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빠져 있지만 3G 통신망을 이용해 모바일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테마주 소식에 왜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심지어 모 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인터파크보다는 원천 도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웅진씽크빅이나 민음사, 김영사 등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다소 `뻔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인터파크 주식의 흐름을 보면서 약간 의아스러운 점을 이야기해보자. 지나 11월 말에 5,49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상승하다가 1월초 급작스런 상승이 있었다. 그리고 등락하다가 지난 1월 27, 28, 29일 3일 동안 엄청난 폭락을 경험하게 된다. 거래량도 평소에 비해 급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다.

개미들은 테마를 형성하면서도 실적이 좋은 Yes24로 몰리면서도 풍부한 현금 유동성과 시장 주도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터파크를 주시해왔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기가막히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관은 올해초 급상승장을 주도하며 급매수하다가 갑자기 1월 말 투매를 시작하면서 인터파크 주가를 급등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올해초부터 시작되 기관의 매수물량에 맞서 대량 매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1월말 급락장에서 약간씩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

아차, 이것이다.

`아이패드` 효과였다. 아마존 킨들과 동일한 컨셉트로 나오게 되는 인터파크의 사업모델에 이미 외국인은 당시 `아이 슬레이트`라고 알려진 `킨들 킬러`가 1월말 발표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터파크의 킨들 유사 모델로는 당분간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존 역시 점차 출판사들과의 수익배분률에 있어서 협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누구나 인지하고 있었지만 기관은 왜 인터파크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아이패드 발표와 함께 던져버리고 만 것일까.

전장은 다른 곳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추측컨대 범주화의 오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한다. 외국인은 이미 아이패드가 전자책의 대용품이 아니라 전자책을 아우르는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고 국내 기관은 아이패드를 전자책 테마에 넣어 분석한 것이다.

아이폰을 `휴대폰` 범주에 넣은 오류를 반복한 셈이다.

향후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유통 경로의 말단으로서의 `기기`는 사실 이제 어떤 범주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 단말기에 유통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시장을 창출하겠지만 결국 콘텐츠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가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구글과 MS 등이 뛰어들면서 바꿔나가게 될 시장의 경쟁 포인트는 이미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국내 복합기기의 기술력은 뒤떨어지지 않지만 창조적 응용력과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부수고 다시 뒤섞는 소프트웨어적 사고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작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는 해결없이 안고 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인터파크가 내세운 콘텐츠의 양이 고작 2만 건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협력사라고 해봤자 7대 3의 수익 배분율로는 독점으로 묶어두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한 범용 단말기가 아닌 전용 단말기 전략은 결국 제로(0)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역시나 출판사는 물론 저작권자에게 `지켜봐야 할` 정도의 시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혁신의 시장이 아닌 출판 시장은 영세 출판사의 수세적 태도와 낙후된 계약 관리 시스템, 저작권자의 전자책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고 전자책 전용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전무하다는 점이 사실이 우리나라에서의 e북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다.

영세 출판사들은 차라리 매출 규모와 현금 흐름의 규모를 크게 할 수 있는 종이책 시장을 선호할 수 있다. 전자책은 효율적이지만 영세하거나 중소 출판사에게는 몸집을 3분의 1로 줄여서 대응할만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의 나쁜 선택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곳이 또한 출판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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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전자책에 대한 수요를 이야기하지만 겨우 유통의 측면에서만 이 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을 뿐, 저작권자를 비롯한 창작 그룹에서는 전자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직도 요원하다. 그래서 지금 수백억원을 쏟아 부어봐야 제대로 된 `신간 전자책` 시장이 형성되기 힘들 것이고 이런 상태라면 제 아무리 정부가 나서고 대형 유통사가 나선다고 한들 `종이책`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전자책 시장, 또는 산업`이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전자책의 미래에는 출판사와 저작권자, 그리고 유통사와 단말 제조사, 통신업자와 정부, 심지어 가전 업체들까지 뒤섞여 있다. 정말 개인적으로 온전히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 상태로라면 비관적이다. 그래서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계속 드러내놓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발끈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할 것 아닌가.

관련 업체든 투자자든 관심 있게 지켜볼 출판 및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불편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을 억지로라도 들이미는 이유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산업과 시장은 지켜본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필요에 의해서 각자의 주체들이 참여하고 나서주어야 한다. 정부는 좀더 현실적인 전자책 활성화에 대한 비전과 지원책을 출판인들은 좀더 전자책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스토리텔링 개발을, 유통사는 좀더 싸고 편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조사는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첨단 기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가볍게 조언하자면 기존 출판사들로는 답이 안 나온다. 전자책 전용 필진을 파트너로 대거 확보하거나 웹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지식 전파에 노력하는 저작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판사는 어차피 큐레이터이자 거간자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의 배경이 되는 글 :

2009/12/28 킨들의 힘, 우리나라? 글쎄

2009/09/02 15분짜리 e-Book 관련 PT

2007/07/12 전자종이 디스플레이에 맞는 `신문의 미래`

국내 전자책 시장이 비관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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