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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간 LG휴대폰 ‘갈라파고스에서 살아남는법’

발행일시 : 2009-09-22 09:30

지난달부터 일본 TV와 전철에는 특별한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본 톱스타인 여배우 ‘아오이 유’가 LG전자의 새로운 휴대폰 ‘LG저팬모델’을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명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제품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알려주는 것이라곤 LG저팬 모델이 나왔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껏 일본 이동통신 시장을 노리고 제품을 내놓은 기업은 많았다. 이 가운데에선 어느 정도 팔린 제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제조사의 글로벌 제품을 일본 시장에 맞게 최적화한 것이었다. 일부 제조사가 일본 시장만을 겨냥한 독자 모델을 내놓기는 했지만 사실상 OEM 생산이 많았다.

물론 국내선 일명 ‘고아라폰’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707SC가 소프트뱅크의 주력 광고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고 옴니아도 일본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 휴대폰은 일본 시장만을 겨냥한 ‘오리지널 모델’이 아닌 탓에 일본 내에서 메이저 제품이 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9월 13일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의 휴대폰 판매 부스에서 촬영한 모습. 도코모의 주력 신제품 코너에 당당하게 놓여 있다. <지난 9월 13일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의 휴대폰 판매 부스에서 촬영한 모습. 도코모의 주력 신제품 코너에 당당하게 놓여 있다.>

LG전자 역시 일본에 그간 상당히 많은 휴대폰을 내놨다. 앞서 언급한 LG저팬 모델인 L-06A와 L-04A를 내놓기 전까지 LG전자는 12개에 이르는 제품을 내놨다. 이 가운데 프라다폰은 일본 내에서도 프리미엄 휴대폰으로 꽤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초콜릿폰도 프라다폰도 일본 시장에서 메이저가 되는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일본 휴대폰 시장의 불문율과도 같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는 굳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에 들어온 모든 외산 브랜드가 겪는 문제다.

일본에선 ‘갈라파고스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산 전자제품만 너무 기능적인 면에서 앞서가서 글로벌 제품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제품만 만들어지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 일본 내수용 전자제품을 써보면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TV, 전기밥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이 대부분 ‘일본에서만 필요한’ 기능이라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휴대폰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먼저 일본인은 적외선통신으로 휴대폰 프로필을 교환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단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고 해당 전화번호를 등록하는 일본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만나서 서로 휴대폰의 프로필을 교환한다. 프로필 안에는 전화번호는 물론 이메일이나 주소까지 다 들어 있어 편하다.

블루투스도 가능하지만 일본인은 블루투스보다는 적외선통신을 선호한다. 사실 일본에서 휴대폰을 쓸 때 블루투스 기능은 별 필요가 없다.

한국에는 ‘고아라폰’으로 알려진 707SC. 일본에서도 상당히 성공한 모델이었다. 참고로 일본 내 광고 모델은 카메론 디아즈였다. <한국에는 ‘고아라폰’으로 알려진 707SC. 일본에서도 상당히 성공한 모델이었다. 참고로 일본 내 광고 모델은 카메론 디아즈였다.>

또 일본 휴대폰이라면 당연히 ‘오사이후케타이(おサイフケ?タイ)’ 기능이 되어야 한다. 이는 국내에선 대중화에 실패한 선금충전식 전자머니카드 기능을 말한다. 일본에선 이걸 이용해 소액결제는 물론 교통카드 기능에 신용카드, 항공사 마일리지카드, 개인 신분증, 코인로커 결제, 열쇠 기능 등 인증과 결제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다른 것도 있다. 일본에서 이른바 ‘풀스펙 휴대폰’이라면 당연히 원세그(지상파DMB) 기능을 내장해야 하고 녹화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풀스펙 휴대폰에선 당연히 풀브라우징도 되어야 한다. 구글이나 야후 같은 사이트와의 연동은 당연히 되어야만 한다.

그 밖에도 일본에서만 주로 쓰는 잡다한 기능은 많다. 지금까지 국산 브랜드 휴대폰은 이런 기능을 거의 지원하지 못했다. 한국 브랜드 휴대폰 중에선 아예 적외선통신 기능이 없는 모델도 있는데 이런 제품은 일본인이라면 거의 구매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린다.

물론 아이폰처럼 적외선통신이 안 되어도 특별한 뭔가가 있다면 모를까 일본에서 휴대폰에 적외선통신 기능를 빼버렸다는 건 판매를 포기했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런데 이번에 LG전자가 선보인 ‘LG저팬모델’은 일본 1위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의 주력 신제품으로 얼굴을 내밀 만큼 일본인 취향에 딱 맞는 모델이다. 글로벌 모델이 아닌 일본 오리지널 모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도 크다.

작년 말에 출시된  L-01A. ‘시크릿폰’을 베이스로 일본 시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모델로 사실상 이 모델부터 LG저팬모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에 출시된 L-01A. ‘시크릿폰’을 베이스로 일본 시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모델로 사실상 이 모델부터 LG저팬모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LG저팬은 지난해 12월 26일 글로벌 모델인 시크릿을 L-01A라는 모델명으로 일본 시장에 내놨다. L-01A는 지금껏 일본에 선보인 한국산 휴대폰과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일본 출시를 위해 휴대폰의 거의 모든 걸 (일본 시장에 맞게) 최적화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L-01A는 껍데기만 시크릿이었을 뿐 내용물은 전혀 별개의 물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등장하는 등 일본에서도 상당히 크게 프로모션을 전개했고 LG 휴대폰으론 처음으로 원세그와 풀브라우징을 지원했다. 적외선통신 기능도 담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오사이후케타이, GPS, 2in1(휴대폰 1대로 전화번호와 이메일 2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등이 빠져 여전히 한계가 있는 모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L-04A와 L-06A는 ‘LG저팬모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일본 시장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오리지널 모델이다. 두 모델은 모두 적외선통신과 오사이후케타이, 원세그, 플브라우징을 지원한다.

프리미엄 모델인 L-06A는 NTT도코모 입장에서도 처음인 HSUPA 지원 모델이기도 하고 구글키를 탑재한 구글 대응 제품이기도 하다. 유튜브나 피카사 등 구글 서비스에 직접 연결해 업로드까지 가능하다. 원세그 기능도 충실하고 풀스펙 휴대폰이라면 당연한 방송 녹화 기능도 탑재했다.

LG저팬모델로 9월 9일 NTT도코모가 출시한 L-01A(사진 위)와 9월 16일 선보인 L-04A(사진 아래). <LG저팬모델로 9월 9일 NTT도코모가 출시한 L-01A(사진 위)와 9월 16일 선보인 L-04A(사진 아래).>
작년 말에 출시된  L-01A. ‘시크릿폰’을 베이스로 일본 시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모델로 사실상 이 모델부터 LG저팬모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에 출시된 L-01A. ‘시크릿폰’을 베이스로 일본 시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모델로 사실상 이 모델부터 LG저팬모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터치패널을 탑재했고 WMA와 플래시 재생, 한국어로 SMS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까지 곁들여 매력적이다. 카메라 기능도 일본 소비자 요구에 맞추고 슈나이더 인증 렌즈를 쓰는 등 프리미엄 모델다운 품격을 갖추려고 애를 쓴 모습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나온 LG저팬모델은 지금껏 한국기업이 일본에 내놨던 휴대폰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제품, 일본 휴대폰 시장에 내놓은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LG라는 브랜드는 아직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그다지 지명도가 높지 않다. 여전히 메이저 모델로 올라서기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이제부터 핸디캡 없는 승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상당한 고가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상당한 고가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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