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

애플의 국내 아이폰 협상 전략

발행일시 : 2009-06-23 16:01
애플의 국내 아이폰 협상 전략

KT가 아이폰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거의 정설에 가까운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협상 테이블에 KT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는 아이뉴스24 기사 일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아이폰` 도입에 나선 KT가 애플에게 `독점 판매권`을 요구했지만 애플이 SKT에게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 입장을 생각해보자. KT는 현재 KTF와의 통합 이후 쿡(QOOK)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는 못하다.

반면 SKT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역시 다양한 모델 출시로 향후 시장 방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 블랙베리를 포함해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삼성전자 T옴니아가 시장에서 나름대로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니 에릭슨 최신 제품 엑스페리아(Xperia)와 HTC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권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KT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이 대부분으로 외산 휴대폰은 기가바이트(Gigabyte) 제품 정도가 유일하다.

이런 KT입장에서 아이폰 도입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LGT Oz라는 저렴한 무선 인터넷 "컨셉트"는 어짜피 흉내내기 힘들기 때문에 KT 입장에서는 보다 프리미엄 마켓(Premium Market)을 공략하기위한 제품이 필요하면서도 SKT가 이미 도입한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고객에게 매력적인 휴대폰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은 비싸고 일반 휴대폰보다 기능이 많다고 하지만 통신사, 제조사, 플랫폼 회사의 다양한 UI가 혼합(?)돼 사용법을 어렵게 만든 T옴니아 같은 제품을 보면 이걸 정말 일반 대중이 쓰라고 만든 휴대폰인지 싶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KT 아이폰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이고 이는 KT가 아이폰 도입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든다. 더군다나 애플이 누구인가? 전 세계 통신사를 설득해서 단일 시장을 만든 ‘협상의 달인’이다. 그런 애플이 KT와 도입 협상을 하면서 쓰는 카드는 바로 "SKT"라는 카드였다.

애플 입장에서 KT에 보다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즉 KT를 압박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SKT에게도 아이폰 도입을 제시하면서 마치 KT와 SKT를 저울질하는 것처럼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T 입장에서는 또 다른 "대안"이 있다. 기존에 이미 도입한 소니 신제품도 있고 HTC 안드로이드 제품도 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협상에서 SKT는 "KT가 도입하면 하고 그들이 안하면 우리도 안 한다"는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해야 하는 입장인 KT가 "독점 조건" 없이 아이폰을 도입하면 전략상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건 오히려 SKT만 좋은 일 시켜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는 것은 SKT 고객을 뺏어오는 "공성전략"이지 LGT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 같은 "수성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 결과 SKT와 KT가 동시에 아이폰을 도입한다면 제일 큰 피해자는 KT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동시에 도입해서 마케팅하면 어짜피 아이폰을 구매해야 입장에서는 굳이 KT를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충분히 다른 방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인지도 확산" 관점에서는 분명히 실패한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협상의 방법론을 바로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lated Agreement"라고 한다. 바로 아래 책은 이러한 협상의 법칙을 10가지로 간단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협상의 10계명 - 전성철.최철규 지음/웅진윙스 <협상의 10계명 - 전성철.최철규 지음/웅진윙스>

사실 애플의 이런 전략은 초기 아이폰 2G를 출시할 때 미국에서 AT&T가 모든 조건을 애플에 유리하게 받아들이게 한 최대의 법칙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도 1위 사업자가 아닌 2위 사업자 AT&T가 굴욕(?)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굴욕(?)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AT&T와 애플은 결과적으로 윈윈(Win-Win) 협상을 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AT&T는 결과적으로 원하는 가입자 증가를 얻었고 애플은 초기 시장 형성에 성공한 후에 오히려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봤을 때 KT는 반드시 이번 협상에서 아이폰을 도입해야만 하는 입장이고 이러한 상황을 애플은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명의 고객으로서 부디 애플과 KT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빨리 도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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