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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발행일시 : 2009-04-02 11:30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로보쓰리 제품의 디자인은 왜 상대적으로 촌스러워 보이는가?

로보쓰리에서 만든 로봇 디자인이 촌스러워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실 촌스러울 정도가 아니고 엉망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로보쓰리 디자인 시각이 일반사용자들과 확연히 다른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로보쓰리는 작년까지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기능적인 기구학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게 사실이다. 로보쓰리의 김준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변명 같지만 나는 로봇이라는 제품을 완벽하다기보다는 많이 부족한 상태나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선 상품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100년 전 포드사의 T형카라고나 할까요. T카에 BMW 디자인을 얹을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세련된 유선형의 로봇 디자인은 로봇 기술의 진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겠습니까?”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들과의 생각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로보쓰리 김 대표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던 차에 최근에 나온 애니메이션 <월-E>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월-E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 콘셉트이고 상대역으로 나온 이브가 일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 콘셉트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만약 폐기물 처리용 로봇인 월-E가 이브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 미션을 수행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겠지요.”

로보쓰리 디자인 콘셉트는 아무래도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나 보다.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로보쓰리 디자인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김 대표는 단호히 “그렇지는 않다”고 답변한다. 지금까지의 개발품이 거의 2년간에 가까운 필드 테스트를 통해 자체 검증을 끝냈고 이제는 외형 디자인과 최종 소비자 가격을 조율하는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매출이 어려운 상태라 자체에서 로봇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전문적인 디자인 업체와 함께 본격적인 디자인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1년 전 약간의 여유가 있었을 때는 독일 BMW에 우리 회사 제품인 비비라이더 디자인을 의뢰한 적도 있었습니다. 디자인에 관한 한 개인적인 관심도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지금도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김 대표의 개인적인 관심?

김준형은 1981년 영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매일 수업이 끝나면 스케치북을 들고 자동차 밑바닥에 들어가서 스케치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경찰관으로부터 불순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많았다. 그때부터 김준형은 그만큼 신상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

당시 한국에는 포니와 브리사(약간의 외제차를 제외하고)라고 불리던 검정색의 소형차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김준형은 쿠페 스타일의 일본 차 혹은 뒷유리창에 붙은 와이퍼만 보고도 새로운 디자인의 탈것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김준형은 특히 댓선이라는 일본 차의 디자인을 특별히 좋아했다.

요즘에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보는 모든 것을 촬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필름 값이 아까워 신제품이 보이더라도 거의 수작업으로 그려야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의 부모님이 유학비를 대느라고 시셋말로 뼈가 빠졌단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던가. 1994년에는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직장을 휴직하고 다시 영국으로 건너갔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그 무렵 김준형은 부르짖고 있었다.

무임금 휴직으로 주머니에는 빠듯한 유학비밖에 없었지만 그의 가방 속에는 수많은 책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당시 유학길에 오르면서 국내 서점에서 준비한 책들은 <토파즈>, <애니메이터 프로>, <3D-스튜디오>, <오토캐드> 등이었다. 김준형은 준비해간 그 책들을 일 년 만에 모두 독파할 정도로 컴퓨터 디자인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렇게 공부한 것을 어떻게 써먹었나?

기계와 전기 및 전자 프로그래밍에 이어 컴퓨터 디자인을 공부하고 본격적인 로봇 제작에 뛰어든 것이 2001년. 일본에서 아시모가 출현한 데에 충격을 받고 정신없이 그동안 배운 모든 것을 써먹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아뿔싸! 디자인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22년 전 소니에서 근무할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의 워크맨이라는 테이프 카세트 플레이어와 캠코더(당시는 데크와 카메라가 분리되어 있었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해 수집하곤 했는데 김준형은 지금도 워크맨의 첫 번째 모델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인체공학적인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그런 내가 어찌 디자인을 하루라도 잊어본 적이 있겠습니까?”

좋아하는 국내 디자이너가 있다면?

로봇 디자인에 대해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질문을 던졌더니 김준형은 이렇게 대답했다.

“국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가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고의 기업 뒤에 최강의 디자이너가 항상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분들은 아직 모르고 시간적으로도 아직은 그분들을 뵐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밖에. 국내에서 개발된 로봇 가운데 디자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느냐고 물었다.

“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말씀드리지요. 국내에서 좋아하는 디자인 팀으로는 로봇종합지원센터의 디자인팀과 크림디자인, DK디자인 등의 팀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꼭 드는 로봇으로는 한울로보틱스의 티로와 유진로봇의 카페로가 매우 잘 빠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김준형은 경기가 조금 나아지고 여유가 생긴다면 본격적으로 이 팀들과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냈다.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현재 진행 중인 디자인은?

로보쓰리에서는 화상통화용 로봇인 티봇의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금형 작업 단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한 개인형 전동 스쿠터인 비비라이더가 디자인 작업 중이다. 이후 식음료 배달 로봇인 서비보이까지 도전할 생각이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준형의 말에 의하면 로보쓰리의 모든 디자인은 티봇을 기준으로 패밀리룩에 입각한 모델이 될 것 같다.

김준형이 만든 최초의 로봇은?

김준형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넘어가던 시절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가 매주 방영되었는데 문제는 학교에 나가서나 집에서나 그의 머릿속에 온통 로봇이란 놈이 가득 차 있어서 공부는 기본적으로 뒷전이었다. 그 어떤 놀이보다 그에게 우선이었던 게 로봇 만들기였다.

지금이야 교육용 로봇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교구를 이용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부족하여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한 가지 장난감 로봇이 있다.

조그마한 펌프로 움직이는 말 장난감 네 개를 산 뒤 허리 부분에 들어가는 수축 튜브 부분만 전부 빼내었다.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마징가제트 고무인형 두 대에서 다리 부분만 잘라낸 뒤 수축 튜브와 연결하고 종이상자 아래에 네 개를 연결하여 장난감 로봇을 만들었다.

그 녀석은 엄청나게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당시 그놈하고 노는 재미에 빠져 딱지치기니 자치기니 하는 또래들과의 놀이문화와도 멀어졌다.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로보쓰리라는 회사 이름은?

김준형은 1985년 R1이라는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 로봇은 1988년 올림픽경기장에서 이벤트용으로 활약했다. R1은 8비트 애플컴퓨터에 자동차 배터리와 흑백 CCTV 카메라를 장착했다.

그리고 개량형 R2에 이어 1991년 2월 R3 로봇을 만들었다. 그 무렵 김준형은 하숙 생활을 5년 가까이하고 있었는데 R3가 너무 좋아 하숙집에서 거의 매일 로봇을 상대로 춤을 추곤 했다. 그러다가 로봇 무게 때문에 장판바닥이 모두 망가져 하숙집 주인에게 욕을 먹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R3 로봇은 각종 이벤트에도 많이 참가했고 그로 인해 김준형은 로봇 계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말하자면 R3는 김준형이 만든 가장 로봇다운 최초의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비교적 다양한 로봇 군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별한 이유는?

김준형은 R3 이후 10년간 이벤트용 로봇을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솔직히 만들어보고 싶은 로봇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다양한 하드웨어 콘텐츠의 구입이 용이하다.

하지만 당시의 경우 음성인식을 구현하기 위해 일본 도시바의 나이나북 PC와 옥소리 음성 보드를 사용했는데 전부 수작업으로 케이블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많았다.

김준형은 직장 생활에 얽매어 있느라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던 것이다.

R3에는 음성인식과 TTS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전면에 소형 노트북이 탑재되었는데 음성인식의 경우 18년이 지난 지금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다가 2000년 일본 혼다사의 아시모를 본 순간(물론 그전에 와세다 대학에서 만들어진 2족 보행 로봇이 있었지만 연구소에서만 뚝딱거리고 있으니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김준형은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그때의 자극에 힘입어 곧바로 국내 최초로 동보행 공룡로봇 R4를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로보쓰리의 탄생 계기가 되었다.

세 살 버릇 지금까지, 로보쓰리 김준형 대표

이후 세계적으로 홈서비스용 로봇 붐이 감지되면서 김준형에게는 초등학교 시절 꾸었던 마징가제트가 꿈이 아닌 현실세계가 되기 시작했고 잠재된 끼를 발산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김준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아이템을 마치 마르지 않는 석간수처럼 줄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준형은 그것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몫이 아니라고 겸양을 떤다.

“많은 분의 조언과 도움이 많았던 것이 여러 로봇을 개발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 같군요. 그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김준형이 개발한 제품

- 국내 최초 필름 카메라 흔들림 방지 시스템(1988)

- 세계 최초 리얼타임 필름 리코더(2000)

- 국내 최초 4족 탑승 보행로봇(2003)

- 국내 최초 2휠 밸런싱 스쿠터(2006)

- 국내 최초 텔리프레전스 로봇(2007)

- 세계 최초 신개념 계단 이동 스쿠터(2009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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