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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폐전기∙제품 재활용제도 `제조사만 큰 부담`

발행일시 : 2009-02-09 15:00
국내 폐전기∙제품 재활용제도 `제조사만 큰 부담`

 정부가 전기·전자제품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항목 탓에 생산자에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단위의 충분한 폐기물 수거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별 수거 할당량을 강제로 배분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유럽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처럼 국가별 수거량 부과와 함께 전국 단위의 수거 인프라 도입을 요구했다.

 ◇기업별 수거 할당량 현실과 동떨어져=현행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제도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자원순환법)’을 따른다. 법률 15조 및 시행령 22조에 따르면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매년 정부가 정하는 양만큼 폐기물을 의무적으로 수거, 재활용해야 한다. 재활용 할당량 산정에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해당기업의 작년도 제품 출고량이다. 가전제품은 짧아야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한다는 점에서 작년도 출고량 기준 배분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월드컵·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해엔 단기간에 TV가 집중적으로 판매된다. 이듬해 과도한 할당량을 배정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정부가 할당량을 일부 조율하긴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유럽처럼 기업별 할당이 아닌 국가별 재활용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연간 수거량 목표치 외에 중장기 목표치도 세우고 있다”며 “한 해 많은 양을 수거하면 이듬해 적게 수거해도 되기 때문에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생산자에 집중된 수거 의무 부과=제조자에 집중된 수거 및 재활용 의무도 도마에 올랐다. 지자체와 유통업계에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조업체에서 제기됐다. 현행 자원순환법은 폐기물의 초기 배출 시점부터 폐기에 이르는 상당 부분의 절차·비용을 생산자가 짊어지도록 규정한다. 실제로 A사는 지난해 냉장고 12만대를 수거하기 위해 총 200억원을 지출했다. 염화불화탄소(CFC)와 같은 오염물질 처리 비용이 비싼 탓이다. 반면에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나 지자체는 거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유럽에선 제조사는 물론이고 제품을 판매한 유통업체와 각 지자체까지 전기·전자제품 재활용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폐가전제품을 수거하는 물리적 절차뿐만 아니라 금전적 부담까지 유통사·지자체가 부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판매로 유통업체도 이윤을 얻는다는 점에서 수거 할당량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실무 담당자는 “유통사들이 금전적 부담은 지지 않지만 가전제품 수거 절차에 참여한다”며 “유통사들을 거쳐 수거된 재활용품은 제조사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상시배출’ 통계 안 잡혀=효율적인 전기·전자제품 수거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럽은 제조사·지방자치단체·소비자 모두가 참여하는 재활용품 공동 수거 문화가 비교적 잘 정착됐다. 지정된 날 특정 장소에 폐가전제품을 배출하면 제조사들이 수거, 재활용한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전기·전자제품은 새 제품 구입 시 배송과 동시에 제조사가 수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새 제품 교체가 아닌 고장으로 인한 ‘상시 배출’은 대부분 주택가 인근 영세 재활용센터를 통해 처리된다. 이러한 수량은 제조사들의 수거·재활용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생산 업체로선 의무 할당량을 채우기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국적인 폐가전 수거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 수거 할당량만 늘어나다 보니, 제조사 측에서 투입하는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며 “우체국을 비롯한 전국적인 물류 및 유통 망과 등과 연계한 폐가전 수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종석·안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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