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라이프

웹 사이트 폐쇄, 문만 닫으면 그만?

발행일시 : 2007-06-15 12:01

영화를 즐겨 보고 영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자주 찾아 보는 사람이라면 엔키노(www.nkino.com)라는 웹 사이트를 기억할 것이다. 월간 키노라는 잡지와 함께 1999년부터 영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이 웹 사이트는 오랜 시간 영화 팬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며 사랑 받았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인해 2003년 월간지를 폐간하고 2004년 CJ 엔터테인먼트에 인수합병 되었고 그 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못하다 2006년 6월부터 실질적인 운영이 중단되었다. 영화 팬과 엔키노 방문자들은 이 웹 사이트가 혹시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8년 만에 웹 사이트를 공식적으로 폐쇄한다는 공지를 하기에 이르렀다.

엔키노닷컴 <엔키노닷컴>

사이트 폐쇄 공지에서 이 사이트는 환불 및 회원 정보 처리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있을 뿐 폐쇄의 이유나 향후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동네 식당을 폐업할 때도 이런 지경으로 무작정 폐업은 하지 않는다.

설령 내부적으로 급박한 사정이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왜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그 동안 도와 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게 상인의 도리다. 하물며 8년 가까이 운영한 웹 사이트, 그것도 영화 관련 사이트 중 주목 받았고 많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던 웹 사이트가 1년 가까이 운영을 하지 않고 사이트를 방치했다 어느 날 갑자기 몇 줄의 폐쇄 공지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는 최근 엔키노와 비슷한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한 때 국내 포털 웹 사이트로써 주목 받았던 네띠앙(www.netian.com)이 그것이다. 네띠앙은 심각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호스팅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사이트가 강제 폐쇄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맞았다.

네띠앙 사용자들은 갑자기 서버에 접속할 수 없게 된 바로 그날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지 못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네띠앙 사용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계자들과 정치인까지 개입하여 사이트를 잠시 복구하기로 했으나 그나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네띠앙은 서울이동통신에 인수되어 복구될 날을 기다리고 있으나 이조차 몇 달째 공지 페이지만 덩그러니 떠 있고 앞으로 복구될 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네띠앙 <네띠앙>

현행 법률에서 어떤 웹 사이트가 갑자기 폐쇄될 때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보호나 특히 사용자들이 올린 데이터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기껏해야 회원정보나 거래내역과 같은 개인 정보의 파기, 사이버 머니 등에 대한 환불 규정만 있을 뿐이다.

이 조차도 사용자에게 제대로 통지되지 않아 웹 사이트가 완전히 폐쇄된 후 사이트를 방문하여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웹 사이트의 폐쇄는 인터넷 링크의 단절과 참조한 데이터의 소실이 그것이다. 만약 nkino.com의 어떤 이미지를 주소만 불러와서 작성한 글이 있다면 이 사이트가 폐쇄된 이후 이미지를 표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사이트의 어떤 글을 참조할 수 있도록 링크만 제공했다면 더 이상 이 링크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이트의 폐쇄는 단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웹이 링크(link)로 연결되어 강력한 사전적 정보를 제공하는 기본 기능을 저해하게 된다. 단지 그 웹 사이트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슬프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이트에 포함된 정보를 참조했던 수많은 웹 페이지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사업자에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 모든 웹 사이트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고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사용하던 웹 사이트가 단지 자신과 영업 정보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남긴 모든 정보와 콘텐츠를 함께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엔키노만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남긴 영화에 대한 평과 별점, 댓글, 게시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법률상 이런 정보는 분명 서비스 제공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자신이 작성한 영화평이나 별점, 댓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또한 엔키노는 사용자들이 남긴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완성된 웹 사이트로써 동작할 수 있었다. 그럼 이것, 즉 사용자들이 남긴 정보에 대해 이왕 폐쇄하기로 결정한 웹 사이트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폐쇄를 공지한 기간 동안 삭제하지 않는 사용자의 책임인가?

오늘도 새로운 웹 사이트가 청운의 꿈을 안고 만들어 진다.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른 웹 사이트는 아무런 공지도 없이 사용자들이 남긴 콘텐츠에 대한 보호 의무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자연에서 하나의 개체가 죽으면 그것은 다시 생태계 속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에너지가 된다. 웹 사이트의 죽음 또한 이러해야지 않을까? 비록 어떤 사업체가 명운이 다하여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그 사업체가 오랜 시간 사용자와 대화하며 구축한 콘텐츠와 데이터베이스는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이라는, 웹이라는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콘텐츠 육성 사업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붓기 전에 이왕 존재하는 웹 사이트와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안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 2019 next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넥스트데일리 | 등록번호 : 서울 아 01185 | 등록일 : 2010년 03월 26일 | 제호 : 넥스트데일리 | 발행·편집인 : 구원모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23, 701호ㅣ발행일자 : 2005년 08월 17일 | 대표전화 : 02-6925-63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성률

Copyright © Next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