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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와 이글루스는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발행일시 : 2006-03-09 15:45

지난 한 주 블로그들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화제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이글루스의 조건부 합병 소식이었다. 온네트는 이글루스 서비스와 운영진 및 개발진들까지 모두 사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양도하는 계약에 합의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글루스를 인수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열성적인 블로거가 많은 이글루스가 지닌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는 경쟁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 비해 열세인 블로그 서비스를 적은 비용에 확보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사이월드와 네이트 그리고 이글루스를 하나로 묶는 연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이는 와이브로와 HSPDA 사업을 통해 BcN을 구축하려는 SK에게 있어서 `콘텐츠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랄 수 있다.

일부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 측이 단순히 완성도 높은 블로그 서비스와 개발진을 확보하기 위해 헐값에 이글루스를 사들인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수 금액이 15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개발인력을 갖춘 SK커뮤니케이션즈가 굳이 이런 방법으로 블로그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그와 같은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이글루스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테터툴즈`의 개발자인 J씨조차 S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이월드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을 정도로 SK커뮤니케이션즈는 양질의 개발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측면에서 봐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득이 될 것은 없다. 1400만 명이 넘는 사이월드의 회원수에 비한다면 이글루스의 15만명 회원은 고작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다지 먹을 게 없는 미미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글루스 인수는 어디까지나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의의가 있다고 분석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문제는 이글루스의 블로거들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글루스 인수에 총파업 수준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글루스라는 커뮤니티의 형성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 이글루스 블로거, 그들은 누구인가?

SK커뮤니케이션즈와 이글루스는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온네트는 본래 게임 개발사였다. 이곳은 게임과 함께 통계 서버 등을 개발했는데 새로운 사업으로 2003년 경 추진했던 것이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서비스였다.

당시에는 국내에 비슷한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들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포털이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블로그 서비스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블로그 대전의 승리자는 당연 네이버였다.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유리한 위치, 네이버 카페와의 연동,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계정 용량 등을 앞세워 네이버 블로그는 손쉽게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고 다른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든 블로그 서비스를 잠식할 수 있었다. 이글루스는 이 당시에도 상당한 마이너였는데, 이글루스가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비해 갖는 장점은 크게 5가지였다.

첫 번째로 사용자가 적고 시스템이 안정적이어서 속도가 빨랐다. 두 번째로 포털에 귀속된 서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용 약관이 사용자에게 유리했고 자신이 작성한 포스트가 포털의 수익 사업에 이용될 염려가 없었다.

세 번째로 성인 전용 서비스였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유입이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 네 번째로 스킨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블로그 디자인을 변형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규모가 작은 만큼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비해 피드백이 월등히 빨랐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대규모의 사용자 확보와 수익 창출이라는 측면과는 정 반대의 대치점에 서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글루스의 SK커뮤니케이션즈로의 인수는 이 때부터 예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글루스가 막 서비스를 시작하던 시기에는 인터넷 상에서 아주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02년 SK가 서비스하던 넷츠고가 회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폐쇄된 사건이다.

SK측은 어느날 갑자기 X월 X일까지 서비스를 종료하며 데이터는 삭제된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지한다. 당시 SK는 모든 사이트를 네이트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넷츠고는 이런 서비스의 희생양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PC통신이었던 넷츠고가 지닌 가치는 SK측의 생각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그곳은 이미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못지 않은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활동하고 있었던 것, SK는 네이트로 동호회를 옮길 것을 강요했고 동호회 시삽들은 이를 반대해 거리로 나서 시위를 해야 했다. 물론 회원들의 반발에도 시삽과 사용자들의 시위에도 SK는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넷츠고는 폐쇄되고 동호회는 모두 네이트로 이전되었다.

하지만 네이트로 이전된 커뮤니티들의 운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미 네이트에 자리잡고 있던 비슷한 성격의 커뮤니티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던 때에 SK는 포털 사이트인 라이코스를 인수하게 되면서 네이트와 라이코스를 하나로 융합하게 된다.

다시 말해 `넷츠고 + 네이트 + 라이코스`인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이트가 탄생한 셈이다. 라이코스에서 유입된 커뮤니티와 회원들, 네이트의 회원들, 넷츠고에서 옮겨 온 회원들은 서로 반목했고 결국 넷츠고에서 네이트로 옮겨왔던 회원은 대부분 네이트를 떠났다. 이들 중 열성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던 사용자들이 정착한 곳이 다름 아닌 이글루스였다.

2004년에는 또 하나의 큰 사건이 터졌는데 국내 최대의 VT 기반 PC통신 서비스였던 하이텔이 일방적으로 서비스 중지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하이텔은 VT 동호회를 폐쇄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KT계열 인터넷 서비스의 통합 포털인 파란(www.paran.com)으로 동호회들이 이주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VT 기반의 커뮤니티가 웹 기반인 포털로 이전한다는 건 사용자들에게는 "동호회를 폐쇄해라"와 똑같은 의미의 제안이었다. 하이텔이 사라지고 파란이 개장하면서 대다수의 하이텔 내 커뮤니티는 파란으로 이전하지 않았다. 물론 회원들도 대부분 이탈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이글루스였다.

2003∼2004년 사이 네이버는 블로그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당시 인기 있던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들의 개발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갔는데, 이로 인해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들의 품질은 한 수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피드백은 되지 않고, 속출하는 버그, 느려지는 속도 등에 불만을 품은 사용자들은 새로운 대안 블로그를 찾아 떠나는데 이들이 정착한 곳은 다름 아닌 이글루스였다.

다시 말해 이글루스는 과거의 PC통신 서비스나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폐쇄 혹은 대형 포털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이탈한 코어 유저들의 정착지였던 셈이다.

PC통신 초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활동하고 열성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했던 성인 사용자들이 많았기에 이글루스에서 많은 수의 키 블로거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들의 특성상 포스팅 주제는 서브컬처나 IT 계통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포스팅이 중심이 되면서 이글루스는 매니악한 성격을 띄게 되었다.

비록 매니악한 주제가 많긴 해도 PC통신을 통해 글쓰기에 단련된 블로거들이었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네이버나 사이월드에 비해 양질일 수밖에 없었다.

■ 이글루스 블로거는 왜 반발하나?

지금의 이글루스 상황은 쉽게 설명하자면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블로거들의 집단 반발이다. 대부분의 키 블로거들이 이글루스를 이탈해 타 블로그 서비스나 설치형 블로그로 이전을 고려중이다. 이를 위한 DB 백업 프로그램의 개발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왜 이렇게까지 SK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일까?

1. 앞서 설명했듯이 이글루스의 키 블로거들은 대부분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신천지, 넷츠고 등의 PC 통신 커뮤니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중 넷츠고의 기존 사용자, 혹은 다른 PC 통신 서비스와 넷츠고를 병행 사용하던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자신들을 강제로 쫓아내다시피 한 SK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넷츠고와 라이코스 그리고 네이트 마이홈피 등의 전례가 있기에 SK는 이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2.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자신들의 마이너리티(minority)가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글루스에서 방문자수 최상위권에 드는 필자의 블로그도 일일 PPV는 1만을 넘기가 힘들다. 포털과 연계된 인기 블로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치다.

이글루스에서는 아무리 인기 블로그라도 어느 정도의 마이너리티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와 연동되는 순간 이글루스가 지닌 마이너리티는 훼손될 것이다.

3. 이글루스 사용자들 대다수가 이글루스 스킨의 커스터마이징 기능, 포스팅 한 글의 권한이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약관, 그리고 원천적으로 펌질이 어려운 서비스 형태 등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글루스는 서비스 회사가 아닌 철저하게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진 서비스였다. 이것이 이글루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원인인데, 돈을 벌겠다는 목적을 갖고 인수한 대기업 SK가 수익성 낮은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4. 어떤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사이월드의 운영 회사이기 때문에 반발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사이월드의 분위기가 싫어서 이글루스에 정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 있어 분위기란 커뮤니티가 지닌 콘텐츠의 양과 질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위기 역시 커뮤니티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사이월드와 비슷한 형태의 유료화 모델이 이글루스에 도입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글루스의 분위기가 사이월드의 분위기처럼 바뀌는 것이다.

이글루스 인수 후 사이월드 사용자들에게 블로그 라이프를 장려해 그 가운데 2∼3%만 블로그를 개설해도 이글루스의 현재 회원수보다 몇 배는 많다. 이들은 순식간에 이글루스의 분위기를 압도할 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인수하는 기업이 다른 곳도 아닌 과거 커뮤니티를 일방 폐쇄하고 회원들을 쫓아낸 SK라는 점이다. 이글루스는 최악의 선택지를 뽑았다.

■ 장밋빛 비전 지켜질 수 있을까?

회원들의 집단 반발 사태에 놀랐는지 이글루스 측은 황급히 2차 공지를 내놓았다. 회원들이 걱정하는 사안들에 대한 Q&A 형식으로 구성된 2차 공지는 회원들이 우려하는 사태는 어느 것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비전을 내놓고 있다.

블로그 칼럼을 연재하는 김상하 씨는 아까짱의 이 만화 꼭 봐라 (kori2sal.egloos.com)에서 만화와 서브컬처를 주제로 블로깅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IT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2차 공지 발표 이후 많은 회원이 이글루스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결정을 믿어보자는 여론으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공지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서비스를 인수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아닌 인수 당하는 이글루스 측이 내놓은 답변이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뒤 경영진 혹은 상층 부서에서 내려오는 강압적인 결정에 이글루스 운영진이 독립적인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SK는 지금까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약속을 지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약속하는 모든 사항이 지켜진다고 해도 이글루스의 분위기 변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분위기는 회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며, 기존 회원의 수를 압도할 신규 회원들은 기존 이글루스 회원들과 같은 팩트를 지니지 못한다. 넷츠고와 네이트 그리고 라이코스의 융합이 실패한 것도 서로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들이 지닌 독자적인 팩트의 융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글루스가 내놓은 2차 공지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 하지만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달라지고 변화하길 바란다. 다만 지금까지 SK가 커뮤니티에 해왔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변화다.

SK의 과거 행위에서 오는 불신감만큼 대기업의 자금력을 동원한 질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블로거들의 불신감을 기대로 돌아서게 하려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글루스 인수가 넷츠고와 라이코스 인수의 재현이 아니라는 물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Bu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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